문경연수원에 다녀가신 어느 분의 소감을 적은 글입니다.
출처 : 다음카페 왜관61동기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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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의 어느 곳에 가나 인상적인 것은,
하천이나 개울물이나 무척 깨끗하다는 것이다.
마을로 올라가는 냇가에서 나는 참으로 그리워했던 정경을 보게 되었는데,
그것은 개울에서 빨래하는 아낙네의 모습이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수정같이 맑은 물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그 맑은 물에 수건을 머리에 쓴 아낙네가
방망이로 빨래감을 두드려가며 빨래를 하고 있었다.
호리호리한 몸으로 살짝살짝 몸을 흔들며 빨래하는 저 아낙네는,
남편과 아이들의 옷을 빨고 있으리라.
어쩌면 몸이 불편하거나 연로한 시부모님의 옷가지를 빨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아낙네는 속상한 마음이나 앙금을,
맑은 저 개울물에 다 흘려버릴 것이며,
마당에 우두커니 서있는 긴 바지랑대를 세우고 그 빨래를 널어 말리겠지.
햇볕과 바람에 보송보송 빨래가 다 말라갈 즈음에는,
속상했던 마음도 다 말라있을 테지.
나는 공연히 상상의 날개를 펼쳐대고 있었다.
나도 세파에 찌들고 젖은 내 마음을 그렇게 빨아 널어 말리고 싶어졌다.
바람결에 나부끼는 깨끗한 빨래처럼.
그 아낙네의 모습은 내 기억의 사진첩 속에 들어있는 흑백사진을
꺼내 비춰본 것처럼 한동안 눈앞에 아른거렸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라고 다 그럴까마는,
백화산 아래의 작은 연수원에서 만난 사람들은 특별했다.
순수함과 결이 고우면서 자연스러움이 말이다.
'한성연수원'이라는 표지판이 눈길을 끈 것은,
폐교된 학교를 손질하여 만든 곳인데,
학교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돼있기 때문이었다.
어릴 적 꿈과 동심이 그대로 서려 있는 곳이 무엇보다 초등학교이다.
더구나 첩첩산중에 있는 초등학교는 더욱 관심이 가는데,
그것은 근래 산골의 초등학교들이 하나 둘 폐교되어,
흉물처럼 서있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을 달랐다.
산뜻하게 단장되고 다듬어졌으며,
무엇보다 주민들을 위해 항상 개방되어있다는 점이다.
차를 운동장에 세우고 들어가니 교적비가 하나 서 있는데,
개교 연월일과 폐교 연월일, 배출한 졸업생수 등이 기록돼 있었다.
50여년 동안 1400여명을 배출한 작은 학교는
1996년에 폐교되어 몇 년간 방치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 주민들이 피해 다닐 정도였는데,
지금은 그 학교 출신 졸업생 사업가가 그 학교를 매입하여
학교의 원형을 보존하면서 손질하여 회사의 연수원으로 쓰고 있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을 위하여 늘 개방되는 것은 물론이지만,
주민들이 쉬거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장소와 놀이감을 준비해놓았다고 한다.
마침 뜨거운 낮 시간을 이용해
시원한 플라타너스 나무 그늘 아래서 장기를 두고 있는,
마을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것저것 묻는 나에게 대답해주는 주민들의 얼굴에는 평온함이 감돌고,
냉커피를 대접하는 연수원장님의 미소는 넉넉하면서도 자애로움이 넘쳐서,
마치 고향에라도 온 것처럼 편안했다.
연수원 한쪽 텃밭에는 고추, 가지, 토마토가 주렁주렁 달려 익어가고 있었다.
더구나 플라타너스 나무에 가지에 매달아 놓은,
푸릇푸릇하게 녹슨 학교 종은 나를 동심으로 돌아가게 했다.
내가 종을 한번 치자 땡 하는 종소리가 연수원 운동장 가득 번져나갔다.
마을 주민들이 장기 두던 손을 멈추고 쳐다보며 빙긋 웃었다.
멋쩍은 생각이 든 나는 슬며시 종에서 손을 떼고,
도르레로 퍼 올리게 만든 우물가로 갔다.
학교 모습을 그대로 두면서 약간씩 쓰기 편하게 개조한 그 마음씀이,
나를 자꾸만 감동하게 만들었다.
아직도 그대로 있는 녹슨 철봉에 매달려 보기도 하고,
그네에 발을 얹고 타보기도 했다.
나의 가슴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유년의 꿈을 건져 올리면서.
폐교된 학교를 매입하여
그 원형을 보존하면서 다듬어서 연수원으로 쓰고 있는 졸업생 사업가,
그곳을 관리하며 주민들과 교류하고 있는 연수원장,
그리고 마을 주민들 모두가 가족처럼 어우러져서
자연과 함께 교감하며 살아가는 모습,
수정같이 맑은 개울에서 빨래하는 아낙네의 모습,
일하던 손을 멈추고 환히 웃으며 물음에 답해주는 농부의 모습에서,
나는 늘 그리워하던 기억 속의 고향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문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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